제품 개발기

베개 개발기 #1편 | 당신도 베개 유목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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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에 100시간씩 일하는 컨설턴트들은 스트레스를 보통 마사지와 음식 등으로 푼다. 그 중 컨설턴트들이 자주 간다고 소문난 청담 프리미어 타이 스파라는 곳이 있었는데, 이 곳 대기실에는 템퍼 모션베드가 놓여져 있었다. 대학교 때 내가 쓰던 매트리스와 가장 유사한 느낌을 주었기에, 이거다 싶었다. 얼마에요? 물어봤더니 오백만원이란다. 마사지를 받으면서 누워있는데 머리를 받쳐주는 베개가 꽤 편했다. 이건 뭐에요? 20만원 짜리 템퍼 베개 였다. '500만원은 못써도 20만원은 내 수면을 위해 한번쯤 써볼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금을 주고 베개를 샀다. 

 

그런데, 잠깐 누워서 쓸때는 그토록 독특한 느낌을 주던 베개가 집에서 계속 누워서 사용하려니 영 불편했다. 메모리폼 소재였는데, 겨울에는 굳어서 꽤나 딱딱해졌고, 여름에는 너무 머리가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는 조금 높았고, 뭔가 머리가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름 큰 돈 주고 샀는데, 잘 맞지 않아 속상했다. 나쁘다기 보다는 뭔가 안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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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면 늘 좋은 베개를 찾아 헤매었던 것 같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창 인테리어 샵 코즈니가 유행했다. 코즈니에 약간 (과장 보태서) 엄마 품 속 같은 느낌을 주는 베개가 있었다. 스크래치 세일전을

하길래 베개만 한 20개를 산 것 같다. 대문만한 세탁기 박스에 베개가 수십개 배달되어 왔다. 작은 알갱이 내장재가 가득 들어있는 베개였다.

 

한창 SNS에서 계란이 깨지지 않는 베개로 광고를 했던 마약 베개도 이 소재다. 이건 사실 지지력이라고는 1도 없는 소재다. 순간의 부드러운 감촉에 혹해서 난 이 베개들을 잔뜩 깔아서 일종의 매트리스를 만들어보자 (좋은거는 온몸에 느껴야지) 했는데 막상 눕거나 깔고보니 불편했다. 지지력이 없이 흘러내리는 감촉이 목이나 허리를 전혀 받쳐주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용도가 없어진 그 베개를 집에 놀러오는 친구들에게 전부 나눠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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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를 찾는 여정은 그 이후도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라텍스, 메모리폼, 솜, 곡물, 화이버 등 다양한 소재의 베개를 접했다. 맞는 베개를 찾는 여정은 꽤 길었다. 오랜 여정 끝에 깨달은 key findings는 다음과 같다.

 

 베개 샘플링을 하며 가장 의아했던 건 결과값이 잘 수렴되지 않는다는 점이였다. 개인별로 선호하는 베개의 높이는 수면자세나 체격, 매트리스 감도 등에 따라 제각각이였다.

 

▷ 바른 자세로 누워잘 때는 목 굵기, 머리크기, 비만 정도를 고려한 낮은 경추 베개가 적절하며, 옆으로 누워 잘때는 어깨의 곡과 머리 사이 간극을 받쳐줄 높은 베개가 적합하다.

 

▷ 우리는 옆으로도, 똑바로도 잔다. 따라서 하나의 베개는 목을 받쳐주되, 다양한 자세에서의 올바른 척추 정렬을 도와야 한다.

 

▷ 매트리스와 궁합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매트리스가 푹신하다면 베개의 높이는 낮아져야한다. 반대로 매트리스가 딱딱하다면 베개는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좋다.

 

▷ 체격과 체형에 따라 적정 베개 높이는 다르다. 체격이 크거나 뒷통수가 동그란 경우, 일반적으로 약간 더 높은 베개가 맞다. 즉, 단일 높이로 모든 사람을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한족열이라는 옛말처럼 공통적으로 머리는 시원한게 좋다. 즉 열을 가두는 소재는 적합하지 않다.

 

▷ 오래 되어 누런 베갯잎을 본 적 있는가. 머리에서는 땀이 꽤 많이 난다. 얼굴 및 두피가 바로 맞닿는 만큼 위생과 항균성은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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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베개란 무엇인가. 나에게 맞는 베개는 또 어떤 베개인가.

 

우리는 위 조건들을 전부 충족시키는 베개를 개발했다. 소재, 높이, 모양, 부대용품, 용도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되어 설계되었다. 원솔루션으로 개발하고 싶었지만, 베개는 단일 제품으로 수렴되지

못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모든 사람에게 맞는 베개는 없다. 나에게 잘 맞는 베개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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